농식품부 2027년 예산안 22조…AI 농업로봇 대당 4666만 원 논란

스마트농업·피지컬 AI 예산 대폭 증액했지만 통신 인프라·전담 인력 투자는 빠져…AI 농기계 공유센터 중복 논란도

이현우 기자
승인 2026.09.01 19:07수정 2026.09.14 13:07
사진: 구글 AI '제미나이 노트북'(Gemini Notebook)으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 구글 AI '제미나이 노트북'(Gemini Notebook)으로 생성된 이미지

농림축산식품부가 2027년 예산안 총지출 규모를 전년(20조 1362억 원) 대비 10.4% 증액한 22조 2215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증가액(2조 853억 원)과 증가율 모두 2000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통해 ‘피지컬 AI·데이터·스마트농업 확산’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고 관련 신규 사업을 대거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첨단 애그테크 관련 통신 인프라와 전담 조직에 대한 투자 없이 하드웨어 보급에만 치중했다는 현장의 깊은 우려와 날카로운 비판이 나온다.

가전제품만 최신형이면 뭐하나, 집에 와이파이가 없는데
충남대학교 정선옥 교수(한국농업기계학회 회장)은 정부의 이번 예산안이 피지컬 AI 기계 투입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아무리 뛰어난 대기업 가전제품을 집에 들여놓아도, 정작 집이 초가집이거나 내부에 와이파이(통신망)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면 무용지물”이라며 “농지에 통신시설 등의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고 첨단 기계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가공·분석해 서비스로 연결할 전문 조직이 있어야 하는데 그에 대한 투자가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계만 투입해 놓고 사후 관리는 민간 업체가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초기 마중물 단계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통신 인프라 및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주고 농업기술센터 내에 이를 전담할 조직을 신설해 전문 지도직 정규 인력을 채용하는 조직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 개편 없이 기계만 지자체로 넘어갈 경우 교육·훈련이 뒤따르지 않고 데이터 취득 주체도 불분명해져 예산을 들여 공급한 장비가 수년 안에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다.
 

2027_농식품부_AI스마트농업_예산표_2.png

‘AI 농업로봇 210대 98억 원’ 대당 4660만 원으로 조달 가능한가?
실제 예산 세부 내역을 보면 현장 우려는 더욱 구체화된다. 농식품부는 내년에 ‘AI 농기계 공유센터(15개소·23억 원)’와 ‘AI 농업로봇 현장 보급(210대·98억 원)’ 사업을 신규 도입한다.

익명을 요구한 농기계 업계 관계자 A 씨는 “농업로봇 210대에 예산 98억 원이면 대당 단가는 약 4666만 원 수준”이라며 “이 단가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고성능 국내산 AI 로봇을 조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낮은 단가 구조 탓에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저가 수입산 로봇의 시장 진입을 부추겨 국내 애그테크 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편성을 두고 “현장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기존 농기계 임대사업소와 새로 도입되는 ‘AI 농기계 공유센터’의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내년 예산안에 ‘시·군 통합 농기계 임대사업소 운영(1개소·12억 원)’도 신규 편성했다. 유사한 개념의 인프라가 명확한 기능 분담 없이 중복 구축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기에 기존의 ‘AI 기반 스마트농업 솔루션 보급 확산’ 사업은 예산 규모 자체는 56억 원에서 79억 원으로 41.1% 늘었지만, 대상이 16개소에서 25개소로 56.3% 늘면서 개소당 평균 예산은 3억 5000만 원에서 3억 1600만 원으로 9.7% 줄었다.

노지 스마트농업 ICT 융복합 확산 사업도 마찬가지다. 예산이 103억 원에서 145억 원으로 40.8% 늘었지만 대상이 5개소에서 8개소로 60% 늘면서, 개소당 예산은 20억 6000만 원에서 18억 1000만 원으로 12.1% 줄었다. 계속 사업 두 건 모두 총액은 늘고 개소당 지원 규모는 줄어드는 구조다.
 

농림축산식품부 김종구 차관이 1일 브리핑에서 2027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 김종구 차관이 1일 브리핑에서 2027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농림축산식품부)

농식품부, 신규 사업 한계 상존…국회 및 지자체 협조 통해 보완 추진
해당 사업을 소관하는 농식품부 최민지 첨단기자재종자과장은 신규 사업 도입에 따른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 과장은 “AI 농기계 공유센터는 기존 농기계 임대사업소의 시설과 인프라를 활용해 첨단 농기계를 추가로 구매·지원하는 사업”이라며 “신규 사업이다 보니 예산 확보 과정에서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내년에 시범 운영한 뒤 현장 반응이 좋으면 지속적으로 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며, 국정과제에도 반영된 사업인 만큼 국회 심의 단계에서 증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인프라와 전담 인력 부재 지적에는 “기존 농기계 임대사업소 지원 예산 등에 일부 관련 요소가 포함돼 있으나, 농식품부 단독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거나 예산을 대폭 증액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자체 신청이 있어야 부처에서도 뒷받침할 수 있다”며 “국회 심의와 실제 운영 과정에서 보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현우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 기사

2027년 농식품부 예산 22조 2215억…증가율 10.4% '2000년 이후 최대'2027년 농식품부 예산 22조 2215억…증가율 10.4% '2000년 이후 최대'2026.09.01